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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은 왜 다리 위에서 발을 맞추지 않을까

EverySim 개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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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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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은 왜 다리 위에서 발을 맞추지 않을까

1831년 4월 12일, 영국군 병사 74명이 네 명씩 나란히 대열을 지어 맨체스터 인근 브로턴 현수교를 건너고 있었습니다. 다리 중간쯤에 이르자 상판이 군홧발에 맞춰 출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병사들은 그게 재미있었는지, 몇몇은 행진곡을 휘파람으로 불며 더 세게 발을 굴렀습니다.

그 순간 다리를 지탱하던 체인의 볼트 하나가 끊어졌습니다. 상판 한쪽 모서리가 강으로 내려앉으면서 병사 40여 명이 함께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20명가량이 다쳤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이 다리는 그전에도 더 무거운 하중을 아무 문제 없이 견뎌 왔습니다. 무게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겁니다. 그때와 달랐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군화 74켤레가 1초에 두 번꼴로, 정확히 같은 순간에 상판을 내리찍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고 직후 영국군은 지금도 여러 나라 군대가 따르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다리를 건널 때는 발을 맞추지 말 것.”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모든 구조물에는 저마다 잘 흔들리는 리듬이 있습니다. 그 리듬에 맞춰 밀어 주면 밀 때마다 움직임이 커져, 작은 힘으로도 놀랄 만큼 크게 흔들립니다. 엔지니어들은 이 현상을 공진이라고 부릅니다. 군홧발이 그 리듬을 건드리기 전에 미리 알아내는 방법이 바로 모달 해석입니다.

브로턴 현수교 옛 사진
브로턴 현수교 옛 사진

이번 글에서는 이 리듬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누군가 다리를 건너기 전에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지 차근차근 짚어 보겠습니다. 마지막에는 실제 교량 모델로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모든 물체에는 좋아하는 리듬이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타 봤을 놀이터 그네부터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네를 한 번 밀고 손을 떼면 일정한 박자로 앞뒤를 오갑니다. 재미있는 건 살살 밀든 세게 밀든 이 박자는 그대로라는 점입니다. 달라지는 건 올라가는 높이뿐입니다. 줄이 긴 그네는 더 느리게 움직이지만, 미는 힘을 바꾼다고 박자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기타 줄도 마찬가지입니다. 훨씬 빠르게 떨릴 뿐이죠. 줄을 튕기면 소리가 납니다. 줄을 팽팽하게 조이면 음이 높아지고, 더 굵고 무거운 줄로 바꾸면 음이 낮아집니다. 어떤 규칙인지 감이 오시나요?

이 두 가지 예에서 기억할 규칙은 간단합니다.

  • 강성이 클수록 빨라집니다. 팽팽한 줄, 짧은 자, 짧고 두꺼운 다리가 그렇습니다.

  • 무거울수록 느려집니다. 굵은 줄, 짐을 가득 올린 선반, 길고 무거운 다리 구간이 그렇습니다.

물체를 건드렸다가 놓으면 이렇게 일정한 박자로 진동합니다. 이때의 진동수를 고유진동수라고 합니다. 단위는 헤르츠(Hz)로, 1초 동안 몇 번 왕복하는지를 나타냅니다. 한 번 왕복하는 데 2초가 걸리는 그네라면 고유진동수는 0.5 Hz입니다.

다리에도 물론 고유진동수가 있습니다. 양 끝이 받쳐진 교량 상판은 가운데 부분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개울 위에 걸쳐 놓은 널빤지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한가운데를 밟으면 널빤지는 의도치 않게 출렁이고, 그때도 나름의 박자로 움직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알아둘 것이 있습니다. 다리의 움직임을 이해할 때 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줄넘기 줄 한쪽 끝을 잡고 천천히 흔들면 줄 전체가 커다란 곡선 하나를 그립니다. 더 빨리 흔들면 어느 순간 봉우리가 두 개로, 다시 세 개로 바뀝니다. 같은 줄인데 흔들리는 모양이 달라지고, 각 모양이 나타나는 진동수도 다릅니다. 이런 진동 패턴 하나하나를 모드라고 하고, 그때의 모양을 모드 형상이라고 합니다.

교량 상판도 줄넘기 줄과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1차 모드에서는 봉우리 하나가 위아래로 출렁입니다. 고차 모드로 가면 봉우리가 둘로 나뉘거나, 좌우로 흔들리거나, 비틀립니다.

구조물에 익숙한 리듬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인 셈입니다. 모달 해석은 주어진 설계의 고유진동수와 각각에 해당하는 모드 형상을 컴퓨터로 계산하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는 미는 힘도, 하중도, 행진하는 군인도 아직 등장하지 않습니다. 구조물 자체의 특성, 즉 무언가에 자극을 받으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를 먼저 알아보는 것입니다.

그네, 기타 줄, 교량 상판의 고유진동수를 비교한 그림
그네, 기타 줄, 교량 상판의 고유진동수를 비교한 그림

행진이 인파보다 위험한 이유

다시 그네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무 때나 밀면 그네가 그다지 높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움직임을 돕지만, 어떤 때는 오히려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반면 그네의 박자에 맞춰 밀면 밀 때마다 조금씩 더 높이 올라갑니다. 아이의 작은 힘으로도 그네를 높이 띄울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박자가 맞아 움직임이 점점 커지는 현상이 공진입니다.

다리 위를 한가롭게 걷는 사람들은 그네를 제각각 다른 타이밍에 미는 것과 비슷합니다. 수백 개의 발이 서로 다른 순간에 바닥을 딛기 때문에 다리를 흔드는 힘도 상당 부분 상쇄됩니다. 행진하는 대열은 정반대입니다. 모든 군화가 1초에 두 번씩 동시에 바닥을 딛습니다. 다리에는 2 Hz로 크고 규칙적인 힘이 가해지는 셈입니다.

그래서 먼저 살펴볼 것은 상판의 상하 방향 고유진동수가 2 Hz에 얼마나 가까운지입니다. 차이가 크면 병사들은 무사히 다리를 건넙니다. 가까우면 발걸음이 상판의 움직임과 맞아떨어져 진동이 점점 커집니다. 브로턴에서 일어난 일이 바로 이것입니다. 문제는 병사들의 무게보다 발을 딛는 타이밍에 있었습니다.

1800년대에나 있었을 법한 이야기라고요? 런던 밀레니엄 브리지는 2000년 6월에 개통했다가 불과 이틀 만에 폐쇄됐습니다. 평범한 보행자 수천 명이 건너는 동안 다리가 좌우로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아무도 행진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상판이 좌우로 흔들리는 박자가 사람들의 걸음에서 생기는 좌우 움직임과 가까웠다는 데 있었습니다. 다리가 흔들리자 사람들은 균형을 잡으려고 자연스럽게 걸음을 조절했습니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서로 발을 맞추고, 다리의 흔들림에도 박자를 맞추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건너기 전에 이런 위험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요?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양 끝이 고정된 길이 60 m의 강재 보도교를 단순하게 모델링한 뒤, 브라우저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시뮬레이션 도구인 에브리심으로 모드를 계산했습니다. 해석에 필요한 설정은 아래 표가 전부입니다.

패널

설정 내용

모델

길이 60 m, 폭 3 m 보도교, STEP 파일

재료

기본 라이브러리의 구조용 강

물리

모달 해석, 상판 양 끝 고정, 8 Hz 이하 모든 모드

Solve

정확도 3, 시뮬레이션 가속 1

표를 보면 하중 설정이 없습니다. 빠뜨린 게 아닙니다. 이번 모달 해석에서는 다리 위에 무엇이 올라가는지보다 다리 자체의 특성을 알아보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업로드부터 결과 확인까지는 2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60 m 강재 보도교의 1~4차 모드 형상. 에브리심(everysim.io)으로 해석했습니다.
60 m 강재 보도교의 1~4차 모드 형상. 에브리심(everysim.io)으로 해석했습니다.

보도교의 1차부터 4차까지 모드 형상. 변형을 과장해 표시했으며 색은 움직임의 크기를 나타냅니다.

모드

고유진동수

상판의 움직임

1

2.21 Hz

봉우리 하나로 위아래로 출렁임

2

3.23 Hz

좌우로 흔들림

3

6.07 Hz

길이 방향 축을 따라 비틀림

4

6.15 Hz

봉우리 둘로 출렁임(한쪽이 올라갈 때 다른 쪽은 내려감)

이제 각 고유진동수를 발걸음의 박자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사람은 보통 1초에 1.6~2.4걸음을 걷고, 행진할 때는 약 2걸음을 걷습니다. 이 상판의 상하 진동 모드는 2.21 Hz로 보행 주파수 대역 안에 들어갑니다. 행진 박자와도 10%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발맞춰 행진하는 대열뿐 아니라 빠르게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상판 고유의 리듬에 가까운 박자로 힘을 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존 상판과 보강 상판의 고유진동수를 보행 주파수 대역(1.6~2.4 Hz)과 비교한 그래프
기존 상판과 보강 상판의 고유진동수를 보행 주파수 대역(1.6~2.4 Hz)과 비교한 그래프

보행 주파수 대역과 각 모드를 표시한 주파수 축. 기존 상판의 상하 진동 모드는 대역 안에, 보강 상판의 모드는 대역 위에 있습니다.

모드 형상을 보면 어떻게 흔들리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상하 진동 모드에서는 다리 중앙이 가장 크게 움직이고 양 끝은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때 중앙의 움직임을 지탱하는 곳은 다리를 받치는 지점부입니다. 브로턴 사고를 떠올려 보세요. 끊어진 것은 상판이 아니라 체인을 고정하던 볼트였습니다.

흔들리는 방향도 중요합니다. 결과 보고서에는 각 모드가 어느 방향으로, 다리 질량의 얼마만큼이 참여하는 움직임인지 나옵니다. 1차 모드의 수직 방향 질량 참여율은 70%로, 발걸음에 가장 잘 반응하는 모드입니다. 좌우로 흔들리는 모드는 어떨까요? 밀레니엄 브리지에서 문제가 된 것이 바로 이 움직임입니다. 걸을 때 발은 바닥을 아래로만 누르지 않습니다. 발을 딛는 박자의 절반 정도로 좌우 방향의 힘도 가합니다. 이 힘은 1 Hz 근처에서 반복되는데, 이 상판의 좌우 모드는 3.23 Hz로 꽤 떨어져 있습니다. 적어도 두 박자가 겹칠 걱정은 덜 수 있습니다.

모드

고유진동수

수직 방향 질량 참여율

좌우 방향 질량 참여율

1

2.21 Hz

70%

0%

2

3.23 Hz

0%

67%

3

6.07 Hz

0%

3%

4

6.15 Hz

0%

0%

다리를 다시 조율하기

다리의 리듬이 건너는 사람들의 걸음과 맞아떨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타처럼 다시 조율하면 됩니다. 앞에서 본 두 가지 규칙을 떠올려 보세요. 강성을 키우면 진동이 빨라지고, 무겁게 만들면 느려집니다. 이 둘이 다리의 리듬을 바꾸는 방법입니다.

여기서는 강성을 키우는 쪽을 택했습니다. 상판 아래 거더의 높이를 1.15 m에서 1.7 m로 키우고, 거더 사이를 잇는 가로보도 함께 키웠습니다. 무게도 늘지만 강성은 그보다 훨씬 크게 늘어납니다. 그런 다음 같은 설정으로 다시 해석했습니다.

기존 상판과 보강 상판의 상하 진동 모드 애니메이션. 에브리심(everysim.io)으로 해석했습니다.
기존 상판과 보강 상판의 상하 진동 모드 애니메이션. 에브리심(everysim.io)으로 해석했습니다.

기존 상판

보강 상판

상하 진동 모드 고유진동수

2.21 Hz

3.01 Hz

보행 주파수 대역 기준

대역 안

대역 위

좌우 모드 고유진동수

3.23 Hz

3.10 Hz

기존 상판(2.21 Hz)과 보강 상판(3.01 Hz)의 상하 진동 모드 비교. 모양은 같고 박자만 빨라졌습니다.

설계를 한 차례 바꾸고 2분 더 계산하자, 상하 진동 모드의 고유진동수가 2.21 Hz에서 3.01 Hz로 36% 올라갔습니다. 보행 주파수 대역을 벗어난 것입니다. 실제 교량도 이런 방식으로 보강하거나 댐퍼를 설치합니다. 댐퍼는 고유진동수를 바꾸는 대신 진동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밀레니엄 브리지도 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댐퍼를 설치하고 2002년에 다시 개통한 뒤로는 흔들림 문제 없이 쓰이고 있습니다.

마무리하기 전에 모달 해석으로 알 수 있는 범위는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모달 해석은 어떤 박자에서 공진을 주의해야 하는지 알려 줍니다. 다만 상판이 실제로 얼마나 움직일지, 그 움직임을 버틸 수 있을지까지 알려 주지는 않습니다. 이를 확인하려면 구체적인 하중을 넣어 추가로 해석해야 하고, 실제 교량이라면 구조기술사의 검토도 거쳐야 합니다. 그 후속 작업의 출발점이 바로 이 고유진동수 목록입니다.

다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브로턴 현수교가 무너진 이유를 74명의 무게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병사들의 걸음이 다리의 리듬과 맞아떨어진 것이 문제였습니다. 구조물이 하중을 견디는 데는 강도가 중요하지만, 반복되는 힘에 얼마나 크게 반응하는지는 진동수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 원리는 다리 밖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같은 지진에도 어떤 건물은 무너지고 바로 옆 건물은 멀쩡한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드론 암이 특정 모터 회전수에서만 떨리는 것도, 선반이 세탁기 탈수 때만 덜덜거리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주변의 물체들은 저마다의 리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딘가에는 그 리듬과 맞아떨어지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설계한 구조물은 어떤 리듬으로 움직일까요? 컴퓨터에 STEP 파일이 있다면 몇 분 안에 고유진동수를 확인하고, 각 모드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볼 수 있습니다. 에브리심에서 모달 해석 프로젝트를 열어 보세요. 예상치 못한 흔들림으로 알게 되기 전에, 직접 확인해 보는 겁니다.

첫 모달 해석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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